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幸せって何だろう

일본작품 번역가 겸 작가들

-작가 겸 번역가들 중에서-


[이너뷰]<<여든일곱의 현역입니다!>> 




웬만큼 이름 난 번역가라면 한두 권의 저서쯤은 기본 스펙일 만큼 이 땅에서 ‘번역가이자 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은 낯설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가 만나는 김욱은 새로울 것 없는, ‘흔하디 흔한’ 번역가이자 작가일 뿐이다. 그럼 왜 <책과삶>은 그를 인터뷰할까.


이 책 한 번 내 보실래요?
김욱을 왜 ‘이너뷰’ 코너에 초대했는지부터 설명하고 가는 게 순서일 것 같다. 그는 올해 여든일곱의 나이다. 그렇다면 ‘여든일곱의 현역 번역가이자 작가’인 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여든일곱이라면 당연히 현역에서 은퇴해도 한참 전에 은퇴했을 나이. 그렇다. 그의 동년배 중에서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으라면 눈 씻고 찾아봐도 찾지 못할 것이기에, 과장해 표현하면, 그가 유일한 현역이라는 점. 이것 말고도 그를 만나야 할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그는 정정하다. 우리가 자주 쓰는 ‘정정하다’는 말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사용할 기회가 또 있을까. 인터뷰 요청에 응하는 전화기 너머의 그의 목소리는 물론이거니와 강원도 원주의 연세대 원주캠퍼스 부근 카페에서 마주한 그의 모습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정함’ 그대로였다. 그는 자신의 번역으로 막 나온 P. G. 해머튼의 《지적 생활의 즐거움》(리수)과 함께 직접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쓴 독서카드(명함)를 내가 내민 명함과 맞바꾸고는 힘차게 악수를 청했다.


“책이 많이 팔려야 하는데, 출판시장이 그렇지 못해 좌불안석이지요. 밥을 주는 출판사들이 잘 돼야 나도 살 수 있을 텐데…”
김욱. 그는 은퇴로 인해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심심풀이로 번역을 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다. 생계수단인 것이다. 그래서 책이 안 팔리는 출판계의 불황을 누구를 위한다기보다 자신을 위해 걱정한다. 


그는 출판사들의 의뢰에 의해서 책을 번역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이 자신이 괜찮다고 생각되어 고른 책을 먼저 출판사에 제안하여 번역을 한다. 이를 테면 출판사의 기획까지 함께 제공하는 번역가이다.


“우선 양서여야 합니다. 양서라 함은 읽으면서 계속 흡인되는 뭔가가 있는 책을 말하는데, 교양에다 재미까지 갖추어야 하지요.”


그렇다. 책이라고 해서 다 같은 책은 아닐 터, 어떤 책은 약이 되고 어떤 책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는 “불량품”을 독자들에게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책을 고른다. 그가 고른 책 대부분은 자신의 독서 경험에 기반을 둔다. 언젠가 읽었다가 큰 감동을 받은 책 중 아직 우리말로 번역이 안 된 책이 우선순위다.


그가 황순원을 싫어하는 이유


서울 서대문구 만리동에서 태어난 김욱은 학창 시절 꿈은 작가였다. 소설가가 되고 싶어 국문과에 들어갔는데, 2학년 때 〈문예〉 지에 단편소설을 투고하여 1차 심사를 통과해 2차로 김동리의 책상 위에 올려졌지만, 친구와 술 마시다 만취가 되어 귀가하다가 인민군에 붙들려 의용군으로 끌려가면서 소설가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어렵게 구사일생으로 의용군에서 탈출한 그는 대학을 마치고 어찌 어찌해서 동화통신에 들어가면서 기자가 된다. 얼마 전에 작고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그의 동화통신 동료이다. 이후 그는 경향신문에 근무하면서 다시 작가의 꿈을 키운다.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백효(白曉)’라는 필명으로 단편 <선심판>이란 작품을 몰래 응모한다. 당시 편집부에 근무하고 있던 그는 문화부에서 흘러나오는 신춘문예 예심 소식을 귀동냥하며 내심 당선이 다 된 듯한 기분에 빠진다. 그의 작품이 두 편을 놓고 벌이는 최종심에 올랐고, 또 문화부의 반응이 그의 작품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낙선. 그는 무척 억울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소설가 황순원을 무척 싫어하게 되었어요. 최종심 심사위원이 황순원이었거든요.” 
그러나 그는 신문기자로서 열심히 산다. 이후 중앙일보 등 여러 신문을 거치면서 30년간 일간지에서 청춘을 바치고는 1980년대 중반 정년퇴직을 한 다음에는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서 편집위원으로 10년을 더 일했다.


그러다 김욱은 일흔을 앞둔 나이에 다시 문학적 열정이 되살아나면서 전원주택에서 작가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생각에 경기도 화성에 평생 모은 재산을 바쳐 집을 짓는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던가. 호텔을 짓고 있던 지인에게 집을 담보로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아이엠에프로 부도가 나면서 그의 집은 경매로 날아갔고, 수중에 남은 단돈 300만 원을 들고 묘막살이를 시작한다. 


“남의 집 조상묘를 관리하고 시제를 차리는 조건으로 농가주택에서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것도 시제를 딱 세 번 차리고는 쫓겨났지요. 나이가 많아 더 이상 맡기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죠.”


일흔에 시작한 생계형 번역 


김욱의 번역가로의 변신은 바로 이런 격렬한 성장통의 결과였다. 낭만적 전원주택의 삶을 일순간에 날린 그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야 했다. 그러나 나이 일흔의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가진 재주(일제강점기에 학교를 다녀 일본어를 할 줄 알았고, 기자생활을 했으니 글을 쓸 줄 알았다)로 일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일본어 번역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젊은 시절부터 좋아했던 일본작가들의 작품을 검색했는데, 웬걸 뜻밖에도 거장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번역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고, 더군다나 사후 50년이 지나 저작권마저 없어진 책들이 수두룩했다.


“나 같은 노인네에게 얼씨구나 하고 번역을 맡길 출판사가 있나요. 그래서 나는 일면식도 없는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대뜸 사장부터 바꾸라고 하고는 이런 책을 아는데 내가 번역할 테니 한번 내보지 않겠냐고 덤벼들었죠.”


이렇게 번역일을 시작한 김욱은 물을 만난 물고기였다.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생계를 위한 돈도 벌 수 있었으니 순진무구한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작은 방이지만 서재로 출근하면 우선 기지개를 겸한 스트레칭을 하고 철학자 칸트처럼 방안을 빙빙 돌며 잠시 동안 몸을 푼다. 그리고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적어도 12시까지는 옴짝달싹하지 않고 “엉덩이는 무겁게 손은 재빠르게”라는 신조를 실천하며 원고와 씨름한다. 하루 8시간 노동의 원칙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킨다.

똑똑한 아내 덕에 똑똑해진 남자


열다섯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그는 그동안 주복(酒福)이 넘쳐 술에 관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육교에서 떨어져 보기도 했고, 에스컬레이터에서 거꾸로 굴러 보기도 했다. 지금도 마시면 소주 한두 병쯤은 거뜬하지만 한두 잔으로 자제한다. 손에 잡고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와의 마감약속을 지키고 또 번역에 소홀할 수 있을지 몰라서다.


그는 지금까지 200여 종의 책을 번역했다. 번역원고가 깔끔하기로는 이미 출판계에 정평이 나 있다. 지금 소노 아야코의 《인간의 분수》 번역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그는 의역과 직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오늘 아침 신문에서 봤다며 손수 스크랩한 ‘타고르 시에 성적 덧칠…뭇매 맞은 중 소설가’(동아일보 12월 30일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넘겨주며 이렇게 말한다.


“의역은 필요합니다.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의역은 원전이 갖고 있는 의미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감각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는 번역일 말고도 지금까지 아홉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나온 《가슴이 뛰는 한 나이는 없다》에 이어 지금은 노년 문제, 특히 은퇴를 앞둔 장년들을 위한 글을 집필중이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문학의 열정을 되살리고 싶어 한다. 젊어서는 인생관으로서 문학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는 방편으로서다.


그는 자신은 백열 살까지 살아야 한다며 아흔다섯까지 번역일을 하겠다고 했다.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와 다자이 오사무의 주옥같은 단편들은 꼭 번역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아흔다섯 즈음에 중국어를 공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정말 힘들 때 말없이 옆에서 버텨내 준 아내를 ‘영혼을 준’ 어머니라며, 자신은 똑똑한 아내를 만나 똑똑한 남자가 되었기에 평생 사랑하며 아껴주겠다고도 했다.  


번역가이자 작가인 김욱. 그랬다. 그는 여전히 치열하게 오늘을 사는 현역이었다. 





김욱이 추천하는 책

다자이 오사무 단편 

부잣집 출신이지만 인생의 쓰고 단 맛을 다본 작가의 글이라서 읽는 내내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20세기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단편들은 그의 진면목을 느끼게 해준다.


지적 생활의 즐거움  | P. G. 해머튼 글, 리수

19세기의 지성 해머튼이 말하는 ‘지적 생활의 본질’은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넓게 앎을 추구하는 지금 우리들의 지적 욕구의 초라함을 느끼게 해준다.


나에게 책이란?

책은 밥이다. 책은 내게 마음의 양식뿐만 아니라 실제 밥을 주는 존재다.


© 2016.03.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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