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팬 리뷰 Japan Review/일본연구 종합연구지

많은 사람을 꿈꾸게 한 '은하철도의 밤' 작가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역사속 오늘> 

많은 사람을 꿈꾸게 한 '은하철도의 밤' 작가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송고시간 | 2015/09/21 05:00


"은하(銀河) 기슭을 가득 메운 은빛 억새가 바람에 서걱서걱 흔들리며 물결 쳤습니다…기차는 바람에 한들거리는 하늘의 억새밭 사이를, 하늘의 강과 삼각표(삼각형 모양의 측량용 탑)가 내뿜는 파르스름한 빛 속을 끝없이 달려갔습니다" (동화 '은하철도의 밤' 중)


일본 작가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1896∼1933)는 생전 홀로 꿈을 꾸던 사람이었다.


불교와 평화주의에 심취해 부유한 상인이었던 부친의 유산 상속도 포기하고 평생을 농민 계몽 운동가로 살았다. 고향인 이와테(岩手)현에서 농학 교사로 일하면서 과학 영농, 채식주의,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농민 대다수는 '이상에만 치우쳤다'며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이타심과 자연친화 등을 주제로 시와 동화를 여럿 썼지만 군국주의가 들끓던 1920∼1930년대 일본의 사회 분위기와는 완전히 엇갈린 탓에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미야자와는 폐렴을 앓다 1933년 9월21일 37세 나이로 숨졌다.


은둔자나 마찬가지였던 미야자와는 사후에야 넓은 세상을 만났다. 그의 작품들은 1950년대 이후 재평가를 받으면서 일본에서 '국민 문학'급 인기를 얻었다.


특히 공포, 공상과학(SF), 판타지, 종교적 상징, 철학 등이 어우러진 미야자와의 동화는 현대 일본 애니메이션에 큰 영향을 줬다. 주인공이 우주를 달리는 열차를 타고 '쌍둥이별의 성' 등 환상적 공간을 여행하는 '은하철도의 밤'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만화 '은하철도 999'(1977)의 기본 뼈대가 됐다. 시골의 음악가가 야생동물과 소통한다는 내용의 '첼리스트 고슈'(1982) 등 미야자와의 동화를 옮긴 애니메이션은 관객의 큰 사랑을 받았다. 미야자와 탄생 100주년이던 1996년에는 극장판 '초시공요새 마크로스'(1984)를 연출한 가와모리 쇼지(河森正治) 감독이 고인의 생애를 다룬 중편 애니메이션 '겐지의 봄'을 만들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tae@yna.co.kr 

@